2009-09-20

오래된 구형 디카

  

내가 쓰고 있는 카메라. PENTAX Optio 230 이란 녀석이다.  출생 년도는 2002년 초쯤으로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다. 바꿀 때가 되지 않았냐구? 나도 이 녀석이 고장 나길 바란 적이 있었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그런 것 일까? 고장도 없이 잘살고 있다. 2005년도쯤 각종 리뷰 등을 뒤져보며, 나에게 가장 적합한 첫 디지탈 카메라를 찾고 있었다.

  PENTAX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생긴 건 내 카메라를 소개했던 리뷰에서 강한 색감의 결과물을 보고서였다. PENTAX 로고처럼 빨간색이 특히 강하게 찍혔다. 사실 디지탈 카메라에서는 색감은 상대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카메라의 이미지 프로세싱에 의해서 ‘색감’을 처리해주는 것뿐이지, 사실 필름카메라처럼 어떤 브랜드특성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같은 사진도 포토샵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따라 (단순한 포토필터 기능만으로도) 사진의 느낌은 니콘(?)이 될 수 도 있고, 캐논(?)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당시에 진한색감을 보여주는 200만화소의 OPTIO 230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옥션을 통해 중고로 구입을 했는데, 당시 8만원에 샀던 기억이 난다. 설명서와 카메라 본체와 연결케이블,CF 카드 64MB만 달랑 받았던 기억이 난다.

 

제품 상태는 CCD에 약 2개정도 불량 화소가 보였고, 셔터는 반셔터 상태에서 셔터가 잘 안 눌러지기도(!) 하는 정말 아슬아슬한 중고제품이 나에게 날라왔다. 근데 새 건전지를 넣고 사진을 몇 장 찍어보니까 바로 전원이 꺼져서 이게 고장이 아닌가 의심했었는데, 알고 보니 알카라인 일반 건전지로는 몇 장 못 찍는게 정상이었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때 당시 디카는 니켈수소 충전지라는 것을 사용 해야 하는 녀석들이 많았지만 나는 잘 몰랐다. 그래서 충전기세트도 새로 구입해서 충전해서 찍어보니 오래 동안 찍을 수 있었다. 설명서를 잘 읽어 보면서 기능들을 익히는 재미가 있었다. 짧은 여행이든 어딜 가든 다니면서 막 찍었다. 야경도 찍어보고, 불량화소는 포토샵으로 지우면 그만이었다. 메모리도 큰놈으로 업그레이드 해주고, 딱 맞는 가방도 입혀주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찍으며 다녔다.

기억으로 1,000컷 이상 찍었는데, 2002년도에 태어난 녀석이 2005년도에 아픈 몸으로 나에게 넘어와서 좋은 사진을 많이 남겨준 것이다. 지금처럼 그때 당시에도 카메라시장은 점점 화소를 높이면서 넓은 LCD, 고감도 촬영 기능과 손떨림 보정기능 등을 탑재한 하이앤드 카메라와 고급형 렌즈 교환식 DSLR카메라가 저렴하게 공급되던 시기였다.

OPTIO 230은 그런 카메라에 비하면 볼품없는 녀석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녀석을 통해서 나는 사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다른 좋은 녀석으로 바꿔볼까 생각도 해봤고, 다시 중고로 팔아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현재 중고시장에서 3~4만원에 시세가 형성 된다;;) 그 와중에도 내가 촬영한 사진들이 노트북 하드가 망가져서 날려 먹은 일도 있었다.

그래도 활용 해보자 싶어서 니켈수소 배터리를 대체할 용도로 출시된 충전식 CR-V3배터리를 사다가 끼워줬다, 배터리 수명이 꽤 오래가는 것에 만족하면서 사용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카메라가 먹통이 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서 써봐도, 카메라는 먹통이었다.

이상해서 니켈수소 전지로 끼워봐도 전원공급이 불안했다. 분명 완충시킨 배터리 잔량체크가 멋대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충전식 CR-V3가 전압이 높아서 카메라 전자회로가 무리가 올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지금은 니켈수소 전지를 사용하면서 카메라가 사망하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아직도 살아있고 지금은 소중한 나의 카메라가 되었다. 내 핸드폰 카메라도 200만 화소를 지원하지만, 카메라의 CMOS센서 보다 좀더 고화질의 디카가 사진을 찍어주는게 아직도 좋다. 굳이 이 녀석 장점을 보자면,

1. 200만화소

- 웹 상에서 사진을 공유하기에는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해상도는 200만화소로도 충분하다. 덕분에 메모리카드가 큰 용량 아니어도 많은 사진을 촬영 할 수 있다. 512MB라는 용량으로 무려 최고화질 사진 450장 이상 촬영 가능하다. 사진파일 용량이 작아 하드디스크로 전송하기도 간편하고, 수정해서 인터넷에 배포하기도 편한 사이즈다.

2. 4초 ~ 1/1500초 셔터스피드

- 똑딱이 카메라들 중에 수동모드에 저속셔터가 지원되는 녀석들이 요즘엔 많지만, 이녀석은 오래된 녀석임에도 야경모드를 지원해서 셔터스피드를 4초까지 열어준다. 삼각대를 이용해서 야경촬영을 그나마(!) 할 수 있다.

3. 커스텀 화이트밸런스

- 커스텀 화이트 밸런스 기능을 통해서 색감조정을 수동으로 할 수 있다. (꼭 하얀색이 아닌 다른 색을 기준으로 맞추면 상대적인 색감이 변한다.)

4. 회전LCD

- 1.6인치 정도의 작고 선명하지 못한 LCD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회전LCD기능으로 셀카를 찍을 수 있다. 회전시켜놓고 화상을 반전시켜서 보면 거울처럼 확인이 된다. 셀프타이머 걸어놓고 찍으면 화면에 카운터 숫자도 보인다. 세로로 구도 잡을 때도 도움을 준다.

5. 오토 브라캣팅

- 오토 브라캣팅은 자주 쓰는 기능은 아니다. 필름카메라 시절에나 필요한 기능이었지 결과물을 LCD로 바로 확인 할 수 있는 지금에서는 오토 브라캣팅 기능은 필요가 없을 수 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활용하면, 다중노출을 통해서 HDR사진을 구현하기 위해선  편리하다. 노출변화를 준 사진을 연사로 찍어줌으로써 포토샵 등을 통해서 HDR 사진을 구현 하는데 도움을 준다.

6. 채도,명도, 선명도 수동조절 및 메모리 기능

- 채도,명도,선명도를 조정해서 색감을 다르게 표현 할 수 있다. 나는 강한 색감과 선명함을 좋아해서 다 높여놓고 찍는 편이지만, 인물사진에는 채도나 명도, 선명도를 낮춰 찍으면 피부색을 자연스럽게 한다. 또한 설정값을 메모리에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설정 값을 전원 다시 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7. 범용 니켈수소건전지 사용

- 예전에는 전용 리듐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카메라가 배터리 수명도 길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 지금은 편하게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니켈수소배터리가 더 활용도가 좋다고 생각된다. 잃어버리면 언제나 다시 구입해서 충전해서 쓰면 되니까. 배터리 수명이 다해도, 새로운 배터리를 손쉽게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

8. 내장형 광학식 뷰파인더

- 하이앤드 카메라가 대세로 잡으면서 넓은LCD로 요즘엔 사진은 뷰파인더를 보고 찍는 것 아닌, LCD를 보고 찍는 것이 일상적인데 (DSLR도 라이브 뷰 기능이 있다)  나는 뷰파인더로 사진 찍는 것이 좋다. 시차가 있어도, 뷰 파인더가 구도 를 잡거나, 저속셔터일 때 안정감 있는 촬영에 도움을 준다. 하이엔드 카메라에서 뷰파인더는 별도의 악세사리로 구입 해야 하는 고급옵션이 되었다. 이 녀석은 뷰파인더가 내장되어있어서, 카메라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써놓고 보니 나름 장점이 많은 듯 하지만 단점도 있다.

1. 크기와 디자인

- 요즘에 나온 녀석들은 얇고 좀더 카메라의 감성을 살린 재질로 만들어진 반면, 2002년도에 태어난 이 녀석의 바디는 플라스틱이다. 장난감 같은 바디는 충격에도 약하지만, 디자인은 꺼내서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다. 디자인 또한 사진기의 매력인데, 현재에 외적인 매력은 거의 없는 편이다. 더 멋진 녀석들이 많아 져서...

2. 답답한 LCD화면

-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 컴퓨터 모니터로 확인해야 하지만, 2인치 이상의 시원하고 고화질LCD를 가진 최신제품에 비하면,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3. 기능 부족

- 손떨림 방지기능, 고감도 촬영, 더 높은 접사능력 또는 망원 촬영능력, 수동촬영기능, 동작 속도, 동영상 등 다양한 기능 부족이 많다. (물론 상대적인 문제다)

그래도 나는 이녀석이 좋다. 물론 높은 화소의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최신카메라가 좋지만 사진은 카메라의 성능보다 좋은 빛을 적절한 타이밍에 잘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성능이 좋은 DLSR 카메라로 찍는다고 해도 어두운 곳에서 고감도 촬영은 노이즈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아무 느낌 없이 대충 찍으면 특징 없는 사진이 된다. 손떨림 방지기능은 흔들림을 방지 하기 위해 생긴 기능이다. 원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선 적정 노출의 빛을 확보해야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온다. 꼭 기능을 통해서 좋은 사진이 찍히는 아니다.

어두운 곳에서 고감도기능을 통해서 찍는 것은 적정 셔터스피드를 위해 화질을 희생한 것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대로 어두운 실내에서 고감도 촬영을 즐긴다면 필요하다. 물론 고감도 기능이 없어도, 야외 풍경을 찍을때 충분한 셔터스피드가 확보된다.

나는 어두운 곳에서는 최대한 사진을 안찍지만, 그래도 찍어야 할 때는 최대한 노출부족으로 사진을 찍고, 그래도 셔터스피드가 확보가 안되면 ISO 200으로 높인다.(더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 그렇게 해서 찍고, 포토샵으로 보정을 한다. 포토샵으로 Sharpen More 한방, Resize를 하면 200만화소지만 깔끔해진다.

심도가 얕은 사진은 똑딱이 카메라로는 힘들다.(다른 하이엔드 카메라도 힘들다). DSLR카메라에 밝은 렌즈로 최대한 개방조리개 값으로 촬영 할 때 심도가 얕은 사진이 촬영되는데 DSLR은 렌즈교환이 가능하고, CCD크기가 크기 때문에 촬영이 가능하다.

하이엔드 카메라도 수동기능으로 개방형 조리개를 통해 줌을 당기면 촬영이 가능하지만 CCD가 작아 그 효과가 미미하다. 얕은 심도는 표현 방식의 차이기 때문에, 좀더 주제를 부각시켜 줄 수 있지만,  심도가 얕은 사진만 찍으면 답답한 사진이 될 수 있다. 똑딱이 같은 카메라는 팬 포커싱이라 초점이 화면 전체에  맞는다.

그러므로 풍경사진이나 일상적인 것을 찍어내는데 충분하다. DSLR은 특성상 바디와 렌즈가 휴대성을 악화시킨다. 물론 올림푸스 PEN E-P1같은 녀석도 있지만  아직은 너무 고가이고 추가렌즈를 사용한다면 휴대성도 그만큼 악화될 것이다. 과연 평범한 사람이 다양한 렌즈를 교환해가면서 심도 얕은 사진이나 망원렌즈로 촬영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고가의 취미로도 사진이 포함되어 있긴하다.

 

서랍 또는 가방에서 잠자고 있는 카메라의 주인들이 과연 자기 카메라의 설명서는 제대로 읽어보고 카메라의 특징이나 기능을 잘 파악하고 있을까? 어두운 곳에서 삼각대도 없이 사진을 찍고는 사진이 흐리게 나왔다며, 카메라를 탓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멀쩡한 카메라를 새것으로 바꾸기 보단 내가 사진기를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설명서라도 한번 읽어보면서 1,000컷 이상 찍어 봐야 한다. 찍다 보면 좀 더 알게 되고, 원하는 사진을 찍게 된다. 그쯤 되면 사진기와 하나가 된 것이다.

나는 사진 전문가가 아니지만, 내 카메라를 통해 사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지금은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맑은 하늘과 해가 지는 노을을 볼 때, 길을 가다가 핸드폰을 꺼내 찍기도 한다. 하지만 뷰 파인더를 보면서 셔터를 눌러 찍는 카메라의 감성은 핸드폰이 따라 가지 못한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훌훌 여행을 떠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말이다.